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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시민인터뷰가 남긴 기록


  • 찾아가는 시민인터뷰 진행 기간 : 2022.07.19 ~ 2022.12.21
  • 찾아가는 시민인터뷰 작업자 인원 : 15명
  • 우리가 만난 사람들: 105명
  • 우리가 만난 장소들: 55곳
  • 인터뷰 속기록의 양: 총 547페이지
  • 인터뷰를 진행한 총 시간: 4100분 (68시간 20분)


시작부터, 듣고도 싶었지만 말하고도 싶었습니다. 삶과 문화가 순환되는 도시를 만들어 가는 주체로서 시민들을 초대해서, 도시에 대한 그림을 함께 그려가고 싶었습니다. 카메라와 모형 마이크를 챙겨 성북 곳곳을 쏘다니며,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문화도시 성북에 대해 쉴 새 없이 말을 걸었습니다. 듣고 나면 그만큼 더 질문이 생겼습니다. 대화가 이어지고 이어져 끊기 아쉬울 때도 많았습니다. 우리의 인터뷰는 그렇게,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을 명확히 나눌 수 없는, 성북의 10년 후를 걱정하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서로 주고 받은 100번의 대화였습니다.


만나 뵈었던 수십 명의 인터뷰이 중 여운이 남았던 장면들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수많은 인터뷰이 분들이 동네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이웃의 구체적인 얼굴을 떠올리며 언급해 주셨던 순간들입니다. 단지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 ‘아무개’가 아니라, 이름처럼 선명한 얼굴의 이웃을 갖고 계신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좋은 동네란 어떤 동네여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누군가는 안전한 놀이터가 없어 동네를 배회하는 어린 친구들을 떠올려 주셨고요. 또 누군가는 홀로 사시는 어르신을 떠올리며 이야기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또 누군가는 삶이 고단한 청소년과 청년을, 또 누군가는 타국에서 건너 온 이주민들을, 누군가는 몸이 불편한 분들을 떠올리며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어느 누군가는 지역과 연결되려는 예술가를, 다른 누군가는 지역을 연결하려는 활동가를 말씀해 주시기도 했답니다.


구체적인 이웃의 얼굴을 떠올리다 보면, 그들과 함께했던 일상의 구체적인 장면이 자연스레 따라옵니다. 무엇이 우리를 ‘함께’ 할 수 없게 하는지가 선명해지고, 또 무엇이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인지 묻게 되는 것이죠. 수많은 인터뷰이 분들이 이웃의 얼굴을 떠올리며 말씀해 주신 덕분에 인터뷰는 이렇게 따뜻한 온기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거의 마지막으로 진행했던 인터뷰였던 것 같은데요. 그 인터뷰에서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동료로 함께하기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은 서로의 신호를 알아차려 주는 것이다.’ 이웃이 동료라는 말로 단순 치환될 순 없지만, 성북이 지금의 성북일 수 있었던 건 우리가 서로에게 좋은이웃이면서 또 좋은 동료로 남아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답니다. 마을은 물리적 공간만이 아니라, 사람이 점(點)이 되고 마음이 선(線)이 되어 만들어진 온도의 공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점에서 성북은 여전히 그리고 꽤나 따뜻한 곳임을 다시 한 번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뷰 덕분에, 생전 가본 적 없는 성북구의 어드메를 자주 헤매 다니며 즐거운 경험을 했습니다. 인터뷰 덕분에, 우리가 아직 살아본 적 없는 생애주기를 상상하며 많이 배웠습니다. 인터뷰를 마친 후 다음 인터뷰이를 추천해 달라는 말에 함께 고민해주시고, 인터뷰 때 만난 인연이 있어 다음번에 만났을 때 더욱 반겨주시고, 인터뷰어의 마음과 고민까지 안아 주시던 인터뷰이 시민들의 애정을 기억합니다. 다음에 누군가 우리에게 ‘성북이 왜 좋은지’ 묻는다면 이 풍경들을 대답하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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